자산 1000억불 은행 자본 요건 상향
지난 3월 중견 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은행에 대한 감독 규제가 강화의 필요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 관리가 중형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재천명했다. CNN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초당적정책센터(BPC) 주최 콘퍼런스에서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 이상인 은행들이 현재보다 더 많은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 부의장은 대상 은행이 위험가중자산(risk-weighted assets)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포인트 추가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침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100달러당 2달러의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10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중견 은행들도 70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과 거의 같은 수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도산의 원인 중 하나가 금융 당국의 자본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서 중견 은행에도 이전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바 부의장은 “최근 은행 혼란으로 대형 은행이 아니더라도 안정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비하려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탄력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은행의 규제자본을 검토할 때 보유 채권 미실현 손익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준이 SVB가 파산 직전 국채 등 장기 채권을 과다 보유했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채에 몰린 자산 가치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하락하면서 미실현 손실이 늘어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자본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은행 업계는 은행 자본 요건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소비자 비용이 상승하고 은행이 특정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포럼의 케빈 프로머 최고경영자(CEO)는 “더 높은 자본 요건은 부당하다”며 “추가 요건은 주로 기업과 대출자에 부담을 줘 잘못된 시기에 경제를 저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자본 비율 상향 부담이 대출 축소와 소비자에게 더 높은 이자율 적용이라는 부작용을 낳아서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바 부의장의 발언에 따라 정부 기관 측이 올여름까지 해당 규제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봤다. 다만 발표 및 의견 수렴 과정이 통상 수년이 걸려서 막상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한인은행들은 금융 감독국의 규제 강화의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 이상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지만 결국 은행 감사 시 감독관들이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권 관계자들은 “향후 은행 감사 기준에서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우선시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구가 높아지면 영업 활동이 축소되고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부의장 연준 기준금리 인상 중형 은행들 연준 부의장